감염병 막는 불가피한 선택…탈세계화 등 새로운 변화 방향 주목 

 

넷플릭스의 전세계 유료 가입자 수가 올해 1분기 들어 1577만명 증가했다. 지난해 매 분기마다 평균 700만명 가량 증가해온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 폭발적인 증가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의 변화와 우리경제에의 영향’ 보고서는 “코로나19 위기 대응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대면 접촉을 통한 경제·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3월 들어 본격화된 미국의 경우, 지난 2~3월 음식 배송업체 마켓컬리의 50대 이상 신규 가입회원이 58% 늘었고 매출도 55% 증가했다. 온라인 상거래와 O2O는 이전부터 증가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이후 급가속이 붙은 모습이다.

학교와 기업도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활용도가 크게 늘어났다. 재택근무·이러닝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전세계 이용자 수는 지난해 11월 2000만명에서 올해 3월12일 3200만명으로 증가한 뒤, 4월30일에는 7500만명까지 늘어났다.

디지털경제의 확산과 함께 빅데이터 분야도 각광받고 있다. 보고서는 “비대면 및 개인맞춤형 트렌드가 자리함에 따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고 봤다. 역학조사에서 실물경제 동향 파악까지, 카드사용액 등 빅데이터 활용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디지털시대 대응 각국 정부 투자 집중=각국 정부는 디지털경제로의 전환기를 맞아 ICT인프라와 관련한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 5G 전국망 구축 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5G 업그레이드 명령’을 의결했다. 또 미국 정부는 5G 인프라 구축을 위한 1억달러 규모의 투자안을 검토 중이다.

EU는 지난 4월 AI 산업에 향후 10년간 매년 200억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수립했다. 중국 역시 3월 5G 이동통신망 구축, 데이터 센터 건설 등에 2025년까지 1조2000만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 역시 한국판 뉴딜의 핵심에 디지털뉴딜을 두고 있다. 5G·데이터 인프라 구축, 국가기반시설 스마트화 등이 주요내용이며, 7월 중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저탄소 경제 전환, 감염병 완화에 필수=디지털 전환과 함께 주목할 변화로 “저탄소경제로의 이행”이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저탄소경제로의 이행이 지연될 수는 있으나, 위기상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되면 감염병 위기와 유사성이 높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 증대로 저탄소경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 대응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봤다.

실제로 맥킨지는 4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와 감염병의 유사성을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의 경고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고, 물리적 요인을 제거해야 하며, 빠른 변화로 인해 과거 지식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사회·경제적 비용이 급증한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지난해 바이러스 전문가 모임에서 “기후변화가 동물 서식지 파괴, 해빙 등에 따른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연을 통해 팬데믹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감염병 문제를 완화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또 “원격근무 증가 등의 디지털경제 가속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인적교류 제한 등의 탈세계화는 운송서비스 수요 감소 등을 통해 저탄소경제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서 글로벌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탈세계화를 이끄는 자국우선주의는 기후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