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효력, 동의 근로자만 적용

동의하지 않은 근로자는 근로계약상 유리한 조건을 우선 적용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효력은]소송의 쟁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경우, 변경된 취업규칙이 우선 적용되는가 아니면 근로계약상 유리한 내용이 우선 적용되는가 여부다.

이에 대해 원심판결(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9.1.30. 선고, 2018가소21596)은 “어떠한 근로조건에 관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각기 다르게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고 보아야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심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그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근로자의 기존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이 정한대로 당연히 변경된다거나 그 취업규칙 중 근로계약과 상충되는 부분이 기존의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후 2심(창원지법 2019.11.21. 선고, 2019나52123) 역시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고, 이에 피고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판결의 의의=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들의 손을 들어 줬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근로계약서의 유리한 내용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불이익 변경된 취업규칙의 내용보다 우선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소송의 대상이 된 금강산업과 고강산업 등 피고회사는 2016년 이후 조선업 불황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취업규칙을 변경해 상여금을 150% 삭감했다. 또한 2018년 최저임금이 1000원 이상 인상이 결정되자, 2017년 하반기에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남은 상여금 400%를 없애고, 이를 기본급화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회피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에 대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회사의 강요에 좌지우지되기 쉬운 현실에서, 개별 노동자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이번 판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근로기준법 제97조에 따라 적법하게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쳤더라도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한 사람은 취업규칙에 따른 불리한 근로조건을 적용받고,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근로계약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인데, 집단적 근로조건을 규율하기 위한 취업규칙을 형해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러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에서 사용자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적법한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의 요건으로 추가적으로 포함시켜,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