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1일’ 판결…고용노동부 현행 행정지침과 충돌돼 혼란 예상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최대 연차휴가는 11일이라는 대법원의 판결(대법 2021다227100. 선고일 2021.10.14.)이 나왔다.

앞서 1년만 근로하고 근로계약이 종료될 경우, 해당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연차휴가는 최대 11일이라고 판결한 서울북부지방법원 제3-2민사부의 판결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서울북부지법 제3-2민사부의 판결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의 현행 연차휴가와 관련된 행정지침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2018년 8월6일 발표된 행정해석(법제처 18-0404)을 통해, 정부는 최초 1년간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개근한 근로자에게는 2년차 1일에 총 26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고 해석해 왔다.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따르면, 1년을 근로하고 퇴사할 경우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연차휴가가 최대 26일이다. 1년 미만인 기간 중 매월 개근에 따라 발생하는 최대 11일의 연차휴가와 1년이 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15일의 연차휴가를 더해 총 26일이며, 이중 1년이 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15일의 연차휴가는 “근로계약 만료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수당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이번에 대법원 제2부는 지난 10월14일 당시 서울북부지법 제3-2민사부의 원심판결에 손을 들어줬다.

◇사건의 경위와 쟁점=피고는 2017년 8월1일부터 2018년 7월31일까지 1년을 근로계약기간으로 정해, 원고가 운영하는 노인요양복지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며 근무기간 중 1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했다. 피고는 근로계약 만료 후 원고의 사업장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에 11일분의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의정부지청 근로감독관의 계도에 따라 11일의 연차휴가미사용에 따른 수당으로 71만7150원을 지급했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1년 미만 근로자 등에 대한 연차휴가 보장 확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2018년 5월)’에 따라 지청에서 “1년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에는 최대 26일분의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고는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최대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설명자료는 잘못됐다고 반발했다. 근로감독관의 잘못된 계도에 따라 11일분의 연차휴가수당을 추가로 지급했기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해당 노동자와 대한민국을 피고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부여될 연차휴가일수가 최대 며칠인지’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연차휴가를 주어야 하고(제60조 제1항),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도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제60조 제2항).


구 근로기준법은 제60조 제3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하여 유급휴가를 주는 경우에는 제2항에 따른 휴가를 포함하여 15일로 하고, 근로자가 제2항에 따른 휴가를 이미 사용한 경우에는 그 사용한 휴가 일수를 15일에서 뺀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7년 11월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시행 2018년 5월29일)은 이 규정을 삭제했다.

때문에 입사일로부터 1년이 되기 전까지 매월 개근한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연차휴가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에 따라 최대 11일이 되고, 1년이 되는 시점에서 매월 개근했다면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것이므로 해당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15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쟁점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이 규정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하므로, 근로기간이 1년인 피고 근로자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이 규정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피고에게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만이 적용돼 매월 개근에 따라 최대 11일의 연차휴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이런 판결을 긍정하면서, 덧붙여 근로기준법 연차휴가 규정 개정 취지를 근거로 1년간 근로기간인 경우 최대 11일의 연차휴가만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3항을 삭제한 이유를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한 유급휴가를 사용한 경우 이를 다음해 유급휴가에서 빼는 규정을 삭제하여 1년차에 최대 11일, 2년차에 15일의 유급휴가를 각각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최초 1년간 연차휴가를 사용한 경우 그 다음해 연차휴가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1년 동안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게 제60조 제2항과 제1항이 중첩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시했다.

덧붙여 재판부는 피고의 주장과 같이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1년간 연차휴가가 26일 발생한다면, 장기근속자에게 발생하는 가산연차휴가 한도 25일을 넘어서 형평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0조 제4항은 가산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일수 한도를 25일로 정하고 있다. 입사일로부터 1년차에 15일을 시작으로 2년마다 1일의 가산연차휴가가 적용되는데, 노동자가 장기근속으로 기대할 수 있는 연차휴가 한도는 최대 25일이다. 이 경우 장기근속자와 비교해 1년 기간제 근로계약 노동자를 더 우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해석이다.

◇판결의 의의=고용노동부는 지난 원심판결이 나온 당시 즉시 해명자료를 배포해 고용노동부의 연차유급휴가 관련 행정해석은 법과 판례에 근거한 것으로 기존 입장을 변경할 뜻이 없다는 점을 밝힌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근로자가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므로 연차휴가 사용 전 퇴직해도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은 그대로 잔존하는 것”이라는 대법원의 연차휴가 판례(선고 2003다48549, 48556)와 “연차휴가 성립에 당해연도 출근율을 요건으로 추가한다면 과거 근로에 대한 보상이라는 연차휴가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헌재2017헌바 433)을 근거로 들며, 1년을 근속한 근로자에 대한 연차휴가일수는 최대 26일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에 관해 가장 영향력 있는 행정기관인 고용노동부의 해석과 배치되는 판단으로 현장에서는 1년 단위 기간제 근로계약 노동자들에 대한 연차휴가 산정과 관련해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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