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에 당연퇴직 조항 그대로 사용해도 될까 

도급 및 파견업체 등은 보통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 조항을 넣는다. 대표적인 예로 ‘도급(파견)계약 종료 시 근로관계는 자동종료 된다’는 것을 내용으로 담는다. 도급 또는 파견업체 등은 근로자를 채용해 사용해오다 발주처와의 계약 연장 또는 갱신이 불발한 경우, 위와 같은 조항을 근거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곤 한다.

대부분의 사업주는 당해 조항이 있고 조항에 나타난 요건이 충족된 것만으로 근로자와의 계약을 당연 종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를 근거로 한 당연퇴직은 해고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근로관계는 언젠가는 종료가 된다. 그런데 근로계약의 종류에도 종료의 방식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근로관계의 종료사유에 관해서는 대법원 판례에서 그 기준을 세우고 있다. 판례에 의하면,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근기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우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판 92다54210)”는 것이다.

즉,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인 실질주의 원칙에 의해 근로관계를 종료하는데, 사용되는 명칭과 무관하게 어느 일방의 의사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는 해고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하더라도 해고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퇴직의 법적 성질=당연퇴직을 취업규칙 등에 정해 놓고 이러한 명칭이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질주의 원칙에 따라 이는 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판례는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 정하고 있더라도, 그 당연퇴직 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정년·계약기간 만료 등 ‘근로관계 자동종료 사유’로 보여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에 따른 당연퇴직 처분은 근기법 제23조 등의 제한을 받는 ‘해고’로 보아야 한다(대판 92다54210)”고 했다.

즉, 당연히 퇴직은 근로자의 사망이나, 근로자의 근로내용 실현이 이전과 같지 않은 정년에 해당하는 경우 또는 기간을 특정한 기간제 근로자와의 계약기간 만료에만 해당할 것이지, 그 외의 당연퇴직은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필요한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당연퇴직이란 결국 근로자의 의사와 무관하거나 반하는 근로관계의 종료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위탁관리계약 사례=당연퇴직은 보통 도급(파견) 등의 위탁관리계약 등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당연퇴직 조항이 실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들어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할 때, 근로자가 위탁받아 근로하는 업체와의 계약관계가 끝난다면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도 자동종료된다는 당연퇴직 조항을 취업규칙 등에 명시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도급(파견)회사는 결국 근로자를 위탁업체에서 일을 완성(파견)하는 것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위탁계약이 끝나게 된다면 당해 근로자를 이용해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고, 근로자의 임금 등의 고정비용은 계속해서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당연퇴직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파트 위탁관리계약과 관련된 사례에서 판례는 “사용자가 아파트의 위탁관리업무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그 근로자와 사이에, 근로자가 근무하는 아파트의 관리주체 등과 사용자 사이의 위탁관리계약이 해지될 때에 그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도 자동 종료되는 것으로 한다고 약정하였다고 하여 그와 같은 해지사유를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즉, 위와 같은 당연퇴직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가 아니므로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당한 이유’ 필요=당연퇴직은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근로관계가 어떠한 사유에 해당하면 자동적으로 종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이러한 자동종료가 ‘정당한 이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는 근로자의 사망·정년의 도래·계약기간의 만료일 때 밖에 없다(판례에 따름).

그런데, 도급(파견)계약 등을 체결해 사업주가 근로자를 채용해 위탁업체에 일의 완성을 지시하는 등(근로자 파견)의 사업의 형태는 위탁계약이 종료되면, 당해 근로자를 당연퇴직 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등에서 근거조항을 마련해 두는 실태다. 위탁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당해 근로자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수 없으므로 일면 당연퇴직은 사업주 입장에서 당연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는 위 자동종료 3가지 사유 외의 당연퇴직은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당해 근로자를 채용하고 사용하던 중 위탁계약이 종료되더라도 근로자를 계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후에 채용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무법인 원 이강희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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