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복합쇼핑몰 넘치고 시장 사라지고 손놓은 당정
김진철 복합쇼핑몰 저지비대위 대표 “총량제 등 사회적 합의 필요” 



“예전에는 어떤 지역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오면 승인 전에 미리 소문이 나고,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커서 복합쇼핑몰이 입점하는데 차질이 생기기도 했죠.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재벌대기업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추진하는 특별계획구역 등에 건설업체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복합쇼핑몰 입점 공간을 만들어두고, 복합쇼핑몰이 마지막에 입점등록을 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 상인들의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게 되죠.”

김진철 재벌복합쇼핑몰입점저지전국비대위 상임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대선을 앞두고 혼란스런 정세를 틈타 유통대기업들이 전국에서 공격적으로 복합쇼핑몰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며, 각 지역의 전통시장 상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등과 연합해 지난 9월 전국 비대위를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망원시장의 상인으로, 2014년 서울시 최초 상인출신 비례대표 시의원으로 선출돼 활동했으며, 합정동 홈플러스, 상암동 롯데복합쇼링몰 입점저지 운동에 앞장서 이끌기도 했다. 

김 대표의 지적처럼 서울시에만 마포구 롯데몰, 구로구 아이파크몰, 강동구 이케아, 강서구 원웨스트·르웨스트·스타필드 등 초대형 규모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 전국이 일일생활권인 좁은 국토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복합쇼핑몰은 덩치큰 포식자처럼 골목상권을 집어삼키고 있다.

대형마트의 10배 이상 규모 복합쇼핑몰 전국에 153개

대형마트의 10배 이상 큰 규모인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은 2014년 말 58개에서 2017년 139개, 그리고 2020년 말에는 153개가 전국에 있다. 신규 입점 예정인 복합쇼핑몰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대형마트의 매장면적은 약 1만㎡이고, 평균 주차공간은 700대 가량이다. 그러나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 10개 이상의 규모로, 근거리 뿐만 아니라 원거리 상권 고객까지 흡수하고 있다.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15만㎡에 6200대의 주차공간을 가지고 있다. 매장규모로 보면 대형마트보다 15배 크다. 주차공간도 9배에 달한다. 스타필스 고양점은 대형마트보다 13배, 스타필드 안성도 10배 큰 규모다.

주로 교외지역에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이 도심지역에 위치해 있어 인근 골목상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7년 7월 복합쇼핑몰 주변 중소유통업자 및 소상공인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복합쇼핑몰 진출 관련 주변상권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유통업자 및 소상공인의 66.3%가 복합쇼핑몰 진출로 인해 점포경영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서울 은평구, 경기도 수원 지역의 ‘나빠졌음’ 응답률은 74.6%에 이른다. 복합쇼핑몰이 외곽지역이나 신도시보다 도심에 진출한 경우, 상대적으로 인근 주변상권 경영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결과를 보면, 인구 15만명 당 1개의 대형마트가 적합하고 전국 270곳이면 포화상태라고 분석했는데, 2020년 12월 현재 전국의 대형마트는 522개로 이미 과포화 상태”라며, 유통대기업은 대형마트 진출에 한계가 오자 복합쇼핑몰로 선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복합쇼핑몰 지원…원거리 상권까지 타격

복합쇼핑몰의 폭발적인 증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유통산업기본계획’에 따라 가속화됐다.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산업 재도약을 위한 정책방향’에서는 전통시장과 중소슈퍼의 경쟁력 강화는 자구 의지가 있고 생존 가능성이 있는 곳 위주로 선택·집중 지원한다는 내용과 함께, 드럭스토어, 복합쇼핑몰 등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미래지향적’ 유통산업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2017년 연구보고서 ‘파급력 큰 복합쇼핑몰:내몰림효과와 빨대효과’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입점 6개월 전부터 입점 후 6개월까지의 점포수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결과, 구도심 상권인 롯데몰 수원점과 대구점 상권의 경우 입점시점에서 2개월 시점까지 뚜렷한 점포 수 감소가 관찰됐다. 

신도시 상권인 판교와 하남의 경우에도 입점 전부터 입점 후의 기간 동안 점포 수가 증감을 거듭했다. 즉, 입점 전후로 상권 내 기존 소상공인 점포는 쫓겨나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형, 고급화 점포들이 새롭게 입점하면서 기존 소상공인들이 일자리를 잃는 ‘내몰림효과’가 발생하고 있었다.


10km 미만의 원거리 상권에서는 복합쇼핑몰 인근으로 상권이 흡수되는 ‘빨대효과’가 발생하면서 매출 감소세가 나타났다.

롯데몰 수원점의 경우 원거리 상권 소상공인들은 복합쇼핑몰 입점 전에 비해 점포당 매출액이 감소했으며, 29개월까지 입점 전 상황으로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원거리 상권(5~10km)은 소매·유통의 경우 점포당 매출액이 입점 전에 비해 최고 5.8%까지 감소했으며, 음식점의 경우에도 입점 6개월까지 점포당 매출액이 입점 전에 비해 2.5%까지 감소했다.

“복합쇼핑몰 총량제 도입 등 사회적 논의 필요한 시점”

김 대표는 상황이 이처럼 악화됐는데도 정부는 복합쇼핑몰의 무차별 확장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복합쇼핑몰과 관련한 공신력 있는 조사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14년 실태 조사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복합쇼핑몰 규제안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수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1년에 한번이라도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 입점에 따른 실태 조사를 진행해야 향후 정책에도 이를 반영할 수 있는데, 유통시장이 포화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강서구에 들어서는 원웨스트몰과 르웨스트의 경우, 전통시장에서 1.2km, 1.5km에 불과한 거리임에도 1km 거리로 정하고 있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건설 허가가 가능했다며, 사업자가 제출하는 상권영향평가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 사업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든 상권영향평가서가 아닌 중소벤처기업부나 소상공인진흥공단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상권영향평가서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입점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이 모두 무너지고 난 다음에는 유통공룡들만 남게 될 것이고, 유통대기업들이 담합을 하면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유통산업법을 보다 실효적으로 개정해 인구수 대비 적정한 수준의 대형쇼핑몰만 허가하는 총량제 도입 등 국내 유통지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