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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스콘 산업 재편하는 ‘게임체인저’ 할 것”
1인 기업에서 시작해 업계 1위 기업으로…SG㈜ 박창호 대표 


도로와 택지 등 사회기반시설의 기초가 되는 시설물을 만드는 국내 아스콘 업체만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530여 곳에 달한다. 문제는 친환경 정책에 걸맞은 아스콘 재료를 생산해 제품화할 수 있는 기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2000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해, 기존 산업의 틀과 관행을 뒤엎는 차별화 전략으로 설립 7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고, 국내 아스콘 업계 최초의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아스콘·레미콘 제조기업 ‘SG㈜’. 이 회사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산업이라는 편견을 깨고 지속적인 ESG 경영을 추구함으로써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쇄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G㈜ 박창호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아스콘 업계의 미래 발전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경을 거스르는 대표산업으로 인식된 편견을 깨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콘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년 여의도의 100배에 해당하는 면적의 산림을 훼손해야 한다. 이렇게 절토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돌을 이용해 골재를 만들어 아스콘을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비롯해 벤젠, 벤조피렌과 같은 1급 발암물질이 유발된다.



“친환경 슬래그 아스콘 생산력 갖추기 위해 시스템 재정비”

기업이 무한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래에 대비하는 것인데 SG는 우선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 여건에 맞게 시스템화했다. 박 대표는 “유럽, 미국, 호주, 일본에서는 이미 30~40년 전부터 슬래그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한 슬래그 아스콘 제품이 상용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천연골재를 사용한 아스팔트 혼합물이 사용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슬래그 아스콘은 산업 부산물인 슬래그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에 따른 환경부하를 저감할 수 있고, 일반 석산에서 채취한 돌보다 고강도·저소음의 프리미엄급 품질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도 절감하고 도로의 사용기간을 2배 이상 늘려준다고 한다. 따라서 도로 개·보수에 따른 사회적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당연하게 사용돼 온 슬래그 아스콘을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는 얘기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이미 프로세스화된 슬래그 아스콘 생산력을 갖추기 위해 SG는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우선 회사를 수직계열화해 아스팔트 폐아스콘이라고 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다시 아스콘으로 리사이클링 하는 작업을 한곳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폐기물을 재활용해 제품 생산을 시도했던 업체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SG처럼 폐기물을 아스콘 용도에 적합하도록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니고 아스콘의 원자재가 되는 AP 대리점, 골재 생산 시스템을 모두 수직계열화해 설계, 원자재 생산, 생산, 납품, 최종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체를 구조화한 회사는 없었습니다.”

품질도 우수하고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면 가격이 비싸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박 대표는 오히려 기존 아스콘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고 말한다. 원재료로만 따져보면 일반 아스콘 대비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빠르게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발주를 주관하는 정부기관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면서 사용연한은 오래가는 실용적인 제품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아스콘 친환경 설비도 개발했다. 작년 1월부터 정부는 환경배출물질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면 가용 중지, 반복되면 허가 취소라는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 문제는 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설비가 없다는 것. 이에 SG는 배출기준치를 98% 이상 잡아내는 설비를 만들어냈다.

현재 SG는 8년 전부터 포스코, 건설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국책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슬래그 아스콘에 대한 독점특허와 신기술 권한 역시 SG가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양대 철강회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모두 공동사업자이고 SG는 사업을 주관한다. 그럼으로써 철강회사는 그동안 처치 곤란이었던 철강재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을 처리할 수 있고, 아스콘 기업은 폐기물을 국가 표준으로 등록해 특허 생산하는 등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서로 상생관계를 도모할 수 있다.

“국내 50% 이상 아스콘이 SG의 에코스틸아스콘으로 대체될 것”

해외의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들여오고,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전체 산업의 파이를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박 대표 역시 국내 아스콘 산업의 아쉬움에 대해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IT,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있어 전 세계를 리딩하는 위치에 있지만, 아스콘 산업 수준은 상당히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다국적 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우리나라만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530여개 공장이 단일 공장으로만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어 R&D 연구환경도 열악하고 수십조씩 매출을 올리는 해외기업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3년에 한 번씩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정하는데, 올 12월 아스팔트·아스콘 제품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에서 해제된 것이라고 한다. 대기업이 일시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기업이 도태되진 않을까라는 우려에, 박 대표는 “한 번에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중소기업들이 와해될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 충청권 지역만 일부 해제됐다. SG의 공장은 수도권과 충남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번을 기회로 좀 더 공격적인 M&A로 공장을 확장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 것”이라며 오히려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기업이 완전히 시장에 진출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중소·중견기업이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묶여 있으면 업체마다 공장 하나만 운영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사업구조에서 다각화를 이룰 수 있는 찬스라는 것이다. 현재 환경문제로 인해 신규 인허가는 불허라서 대기업이 업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회사를 인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SG의 목표는 완전히 시장이 풀리기 전에 국내 점유율을 50%대로 끌어올려 1300억원의 현 매출액에서 향후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아스콘 시장의 슬래그 아스콘은 기존 천연골재 70%, 폐기물 30%를 섞어 쓰던 것에서 100%로 리사이클이 가능하고, 3년 후에는 전국적으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50% 이상의 아스콘이 SG의 에코스틸아스콘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SG의 성장뿐만 아니라 국내 아스콘 산업 제품의 퀄리티가 완전히 바뀌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1인 기업에서 1위 기업으로…“내년 SOC 산업 활성화 기대”

모두 힘들다고 난리였던 IMF 시절에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박창호 대표는 ‘이러다 잘리는 건 아니겠지?’라는 불안한 마음이 늘 마음속에 있었다고 한다. 정부가 예산이 없으니 SOC 산업 자체에 발주가 없었기 때문에 회사에도 일감이 떨어졌다.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2000년 1인 기업으로 시작한 박 대표는 낮에는 현장에서 장비 일을 보고, 저녁에는 영업을 뛰었다.

하지만 오히려 힘든 시절 사업을 시작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IMF가 끝난 후 몇 년간 발주가 안 돼 있던 물량들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사업확장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7월 전문건설업 면허를 내고 법인을 설립해, 지금 SG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또 2008년 리먼 사태 때도 SOC 발주가 줄어 힘들었지만, 다음 해부터 이전에 눌려있던 물량들이 한꺼번에 발주되면서 성장의 주춧돌이 됐다. 박 대표는 현재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많은 예산이 보건복지 쪽으로 향해 있어 SOC 산업이 많이 축소됐지만, 내년부터는 SOC 산업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 전망했다.

SG의 또 다른 발전 동력은 차별화 정책이다. 어느 업계든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틀을 깨고 관행을 뒤엎을 수 있는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는 당시 ‘아스콘계의 이단아’라 불렸다고 한다.

“당시 업계에는 조합 법을 따라야만 했습니다. 조합원에서 업력에 따라 물량을 배정하는 제도였는데 이제 막 플랜트 하나를 임대해 본격적으로 뛰어든 저희 같은 업체에게는 불합리했죠. 그러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제한적 경쟁입찰이 제도화됐습니다. 단일 기업은 경쟁입찰에 참여를 하지 못하고 조합에 한해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이때 SG가 자체적으로 조합을 만들어 2012년도에 직접 조달청과 계약을 따냈습니다.”

이는 조달청과 아스콘 조합만이 계약하던 관행을 최초로 깨고 아스콘을 발주하는 정부기관과 직접 계약, 직접 수주를 한 첫 사례라고 한다.

박 대표는 중소·중견기업을 통틀어 직원에게 가장 좋은 대우를 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에게 회사는 잘 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는 굴곡이지만, 직원은 더불어 함께 가는 성장 모멘텀이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은 재편되고 있습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오래전부터 체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신기술 개발, 기업 특성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추진력과 실행력, 그리고 인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SG는 이를 발판으로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뛰어넘어 해외 선진국보다 더 좋은 ‘첨단기술’을 창조하는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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