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_ 우린 중기인
 

 

“맛있는 음식만 준비하세요…설거지는 우리가”

 

지구환경 지킨다…식기세척 서비스 기업 ㈜뽀득 박노준 대표 

 

“설거지 하는 것이 싫어서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맛있는 요리만 생각하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설거지가 필요 없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식기 렌탈 및 세척 서비스를 제공하는 ㈜뽀득의 박노준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회사의 미션을 소개했다.

뽀득은 경기도 광명시에 3305㎡의 대형 세척 허브시설을 구축하고, 6대의 식기세척 라인이 설치된 최대 규모의 식기세척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일일 24만개의 식기를 세척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 공정은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로봇과 카메라를 활용한 비전 검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또, 국내 최대 식기세척 데이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공정개선과 위생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음식점과 구내식당, 어린이집 등에서 사용된 식기는 수거 후 자체 개발한 7단계의 세척과정을 거친다. 불림→브러쉬 세척→고온·고압 세척→고온 건조→UV살균→정밀 검수→포장의 과정을 거친 식기들은 무균실에서 자동 진공포장 기술로 외부오염을 완벽히 차단해 새 식기처럼 출하된다.

뽀득은 크게 키즈, 비즈, 에코 사업부로 나뉜다. 비즈 부분은 대기업, 대형 산업지식센터 등 대규모 구내식당이 대상이다. 키즈 부분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교육기관이다. 최근 새롭게 추가한 에코 사업부는 음식배달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대체하는 서비스다.

설거지 대행 서비스 론칭…구내식당 식판부터 도전

고려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한 박 대표는 오랜 기간 자취생활을 하면서 가장 하기 싫은 집안 일이 설거지였다고 한다. 관련 서비스를 찾아보니 청소 등 집안 일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들은 있었지만, 설거지만 대신 해주는 곳은 없었다. 박 대표는 주상복합 건물의 1층 식당에서 식당이 영업하지 않는 밤 시간대를 이용해 설거지를 한 후 각 가정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마침 아는 형의 식당을 무료로 빌릴 수 있었죠. 처음에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2주간의 무료체험 기회를 제공한 후 상세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그러나 당시만 해도 구독경제나 공유경제가 흔치 않은 시기였고, 설거지에 돈을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박 대표는 세상에 없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참고할 데이터가 없었다고 한다. 테스트 사업 데이터를 분석해 비용과 서비스, 가격 등을 시뮬레이션 하고 대형화·자동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자금. 박 대표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자금을 마련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고, 2017년 8월에 주식회사 뽀득을 설립한다.

2018년 초에는 서울에서 식당이 두 번째로 많은 영등포 지역에 30평대 공장을 설립하고 인근 식당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식당마다 다른 규격의 그릇과 뚝배기류 등이 발목을 잡았다. 다시, 식기가 단순한 곳을 찾아보니 구내식당의 식판이라면 승산이 있었다. 박 대표는 시장조사 끝에 2018년 6월 문래동 지식산업센터의 지하 대형 구내식당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청소·세탁·방역은 전문업체에 관리를 맡기면서도 식기세척은 아직도 내부 인력에 의존하는 것이 외식업계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설거지 업무는 고강도 노동으로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죠. 특히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고온·다습하고 미끄러우며 비위생적인 설거지 주방에서 발생할 산재에 대한 우려도 많습니다. 여기에 지식산업센터 지하의 주방에서 설거지 공간을 없애면, 다른 공간으로 추가 수익창출이 가능하니 설거지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죠.”

어린이집·유치원에 식기 배송…100% 천연세제 자부

구내식당 사업이 조금씩 커지며, 다음으로 박 대표가 눈을 돌린 곳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매일 아이가 식사한 식판을 집으로 가져와 세척 후 가져간다. 이로 인해 음식물에 의한 가방 오염, 냄새, 음식물 지꺼기 부패로 인한 위생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2018년 말경부터 박 대표는 직원들과 매일 1인당 20곳의 어린이집을 무조건 찾아갔다. 계약이 되지 않아도 만난 사람, 반응, 질문, 제공된 음료까지 모든 사항을 세세히 기록해 어린이집 니즈를 데이터로 쌓아 분석했다. 그렇게 한두 곳 계약을 하고 2019년 4월에는 40곳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현재는 서울·경기·인천 지역 400여개 교육기관 2만5000명 이상 어린이들의 점심식사를 위해 깨끗하게 세척한 식기를 매일 배송한다.

어린이집 사업까지 확장되면서 한화벤처스로부터 2019년 7월 10억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뽀득의 사업을 관심있게 지켜보던 한화벤처스는 빠르게 투자결정을 하고 자금을 공급했다. 2020년 12월에는 DSC인베스트먼트 등에서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0년 1월 뽀득은 경기도 광명에 200평 규모의 대형 세척허브를 마련했다. 이 세척허브는 현재 1000평까지 확장됐다.

깨끗하고 안전한 식기세척을 위해 뽀득이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천연세제다. 뽀득은 고려대 이민석 교수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100% 천연세제를 세척 공정에 사용하고 있다.

“초기에 어린이집이나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어떤 세제를 사용하느냐’ 였어요. 나름 안전한 세제를 사용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차별점을 둘 수 없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저희 학교에 세정·살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교수님이 계셨고, 십수 번 찾아간 끝에 감사하게도 교수님께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일회용컵 ‘제로’ 세상을 꿈꾸며…지구 환경 지킨다
에코 사업은 사회와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뽀득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분야다.

“사실 일회용기 대체 사업은 새로 설비를 개발해 구성해야하고 투입되는 비용도 커 시작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구성원들이 이 사업은 꼭 하자, 지구를 위해 꼭 해야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내부적으로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인천광역시와는 일회용컵, 장례식장 용기, 배달용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뽀득은 인천시의 장례식장 용기를 다회용기로 렌탈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천시청 청사의 일회용컵 대체, 고척동 스타디움의 축제·콘서트 등에 사용되는 일회용기 대체 등으로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화관 CGV, 현대시네마, 메가박스 등에서도 뽀득의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과 다회용기 사용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뽀득은 다회용기를 배달특급 가맹 음식점에 제공하고, 소비자가 사용 완료한 식기를 수거하고 세척한 뒤, 다시 가맹 음식점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뽀득에서 직접 생산해 렌탈하고 있는 다회용기들은 100% 재활용 된다.

최근 시범사업을 시작한 배달용기 사업은 워낙 규모가 크고 준비할 일도 많다는 박 대표는 뽀득이 서비스제공 기업에서 기술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그 기술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식문화 나아가 지구와 공존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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