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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틀’서 ‘로켓 발사대’까지…상상을 제품으로
문래동 기술장인들의 협업…협동조합 정수 김의찬 이사장 



태극당만의 콘텐츠로 다시 100년 브랜드 만든다…태극당 신경철 전무 

‘터줏대감’이라고 해서 단골을 부르는 시대는 지났다. 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라고 해서 그 실력이 최고라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무조건 소비자와 신뢰가 쌓이는 것도 아니다. 반짝반짝한 아이디어와 맛, SNS 업로드를 부르는 인테리어로 승부수를 거는 신생 가게들은 얼마든지 주변에 널려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MZ세대들의 관심 속에 승승장구하는 ‘태극당’의 저력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75년 동안 한 자리에서 서울의 모든 역사를 지켜 본 ‘태극당’은 유명세로 잘 팔리던 빵집에서 한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빵집에서 ‘뉴트로(newtro)의 성지’로 거듭나기까지

광복의 기쁨과 함께 서울 한복판에 탄생한 태극당. 1940년대 당시 서구문화를 흡수하며 신문물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던 곳이었다. 1973년 현재의 본점이 위치한 서울 장충동으로 이전하면서, 당시에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문을 설치하고 내부는 호텔을 연상시키는 대리석과 대형 샹들리에를 단 인테리어로 당대 서울 멋쟁이들이 한껏 치장하고 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던 곳이었다.

태극당 신경철 전무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들이 본점 이전 오픈식 때 참여해 커팅식을 할 정도로 태극당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장소였다. 손님들이 태극당에 들어서면 ‘우와~’하고 감탄사를 낼 정도로, 그만큼 서울에서 손꼽히는 세련된 곳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화려했던 명성은 익숙함으로 변해갔고, 새로운 상권의 확산이라는 변화에 순응해야만 했다. 여기에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대거 들어서며 태극당의 입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3년 신광렬 대표이사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신창근 창업주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손자인 신경철 전무가 태극당의 실질적인 경영을 도맡게 됐다. 그렇게 태극당은 추억의 장소로, ‘명성’에 비해 매출은 나오지 않는 오래된 빵집으로 남겨지는 듯했다.

이러한 태극당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신경철 전무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 들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태극당의 본질은 지키되 ‘혁신’함으로써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민은 ‘빵’에 문화를 접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낳는 원동력이 됐고, 태극당이라는 공간은 젊은이들의 ‘빵집 순례’ 대명사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2012년도에 처음 입사해 카운터 일부터 차곡차곡 배워 나간 그가 경영을 맡자마자 가장 먼저 시도한 변화는 인테리어다. 단, 그의 목표는 ‘안 바꾼 것처럼 바꾸는 것’이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동안 기존 고객의 반응을 묻자, 신 전무는 “리뉴얼을 하는 한 달 동안 과감하게 문을 닫았다. 그때 많은 사람으로부터 이메일이 엄청나게 쏟아졌는데, 오래된 가게 중에 리뉴얼하면서 오히려 기존의 색깔을 잃어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며, 태극당은 안 그러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걸 보면서 태극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우선 매장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원목은 톤을 다운시켜 초창기 태극당이 자아냈던 묵직한 맛과 느낌을 살렸다. 등의 개수는 늘려 조도를 한층 화사하게 바꿨다. 태극당의 이러한 변화는 여러 사람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복고 트렌드와 맞물려 젊은 고객을 유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 전무는 그가 시도한 인테리어의 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리뉴얼을 했던 2015년 당시의 세련된 느낌으로 바꿨다면, 오히려 지금에 와서 촌스러운 느낌으로 전락했을 겁니다. 태극당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줄 수 있는 정체성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할 부분은 과감히 교체함으로써 어르신들과 젊은 층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코로나19에도 매장 6곳 오픈…“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신경철 전무는 태극당을 한 마디로 ‘서울’이라고 표현했다. 서울은 대한민국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이런 서울 사대문 안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는 정통성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라는 역사성을 안은 곳이 태극당이다.

태극당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쁘다. 올 2월부터 6개 매장을 더 오픈했다. 장충동 본점을 비롯해 인사동, 이태원에 지점이 있는 태극당은 ▲2월 여의도 더 현대 서울 ▲9월 서울역 매장 2개 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12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2호점을 냈다.

신 전무가 백화점을 중점으로 신규 매장을 오픈한 이유는 매출 증진을 위한 의지 때문이었다. 인건비와 고정비, 원재료비가 상승 중인 지금의 상황에서 원가율이 낮은 기업이 생존을 위해 주력해야 할 점은 매출을 높이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코로나 이후에 바뀔 시대적 흐름을 예상하고 거기에 맞춰 기본기를 잘 다져 놔야 한다는 것이 신 전무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올 2분기부터 기업 브랜딩 구축과 매장 확장을 위한 재투자를 과감하게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모객이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적이 있는데, 당시 식음료 팝업스토어 중 매출이 가장 높았습니다. 따라서 모객이 비교적 쉬운 백화점을 기준으로 잡았고, 올 초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서울역 매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빵집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브랜딩과 모객이 모두 가능한 곳이어서 선택했습니다.”
이처럼 신규 매장 오픈 이유를 밝힌 신 전무의 선택은 성공이었다. 현재 작년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늘었고, 앞으로도 매출은 상승곡선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태극당의 색깔…“100년을 내다보는 브랜드로 거듭날 것”

현재 태극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브랜딩’이다. 브랜드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고객의 선택이 가능하게 하는 파워를 지니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이다.

태극당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타 기업과의 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요즘처럼 물가상승률이 높은 시기에는 혼자의 힘으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기업의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는지가 롱런의 척도가 되고 있다. 따라서 지켜야 할 부분은 고집을 부려 끌고 가되, 함께 상생하며 시대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전략이야말로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일 것이다.
현재 태극당은 브랜딩 팀을 별도로 꾸며 활동하고 있다. 태극당만의 폰트와 굿즈를 개발해 전시회를 열고, 패션 및 신발 브랜드 그리고 맥주 양조브랜드와 협업을 하는 등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나갔다. 신창근 창업주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을 제작해 발표회도 열었다. 비록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지만, 이러한 마케팅 활동은 문화 소비에 익숙한 요즘 트렌드와 맞아 떨어졌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마더 그라운드(Mother Ground)와 서울산업진흥원이 론칭한 공공브랜드 서울 메이드(Seoul Made)와 서울을 이야기하는 대표 브랜드로 참여한 것이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도 태극당이 잃지 않으려는 것은 균형이다. 요즘 같은 협업의 홍수 시대에서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임팩트가 있으려면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는 균형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균형 정신은 협업하면서도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태극당은 이를 토대로 온라인 시장과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물류 시스템을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신 전무는 온라인 시장 진출을 위해 경기도 광주에 991.7㎡(300평) 규모의 공장을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탄소 제로화를 위한 실현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우선 장거리 고객이 많은 서울역 매장이 첫 스타트를 끊었다. 기존에는 태극당 모나카 아이스크림 10개짜리가 한 스티로폼에 포장돼 나갔지만, 지금은 종이박스로 포장한다.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으면서도 친환경적으로 포장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5개짜리로 포장 개수를 줄이고, 종이박스에 드라이아이스를 넣는 것으로 대체한 것이다. 그 결과 8시간 동안 구매 당시의 맛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경도 고려한 제품 포장을 실현할 수 있었다.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패키지를 당장 바꾸려면 그만큼 비용이 들어가고, 이는 고스란히 판매가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 번에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USO(어반스페이스오디세이)와 한솔제지와 함께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해 아이스크림을 패키지하는 팝업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백화점 매장에서도 순차적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신경철 전무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장인정신 이론도 강조했다.

“기존의 우리만의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장인정신과도 연결된다고 확신하거든요. 옛날 그대로 하는 것만이 장인정신이 아니고, 맛과 전통은 지키면서 시대 흐름에 맞게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변화할 수 있는 용기 또한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마카롱이나 베이글 매장이 될 순 없잖아요?”

즉, 태극당만의 중심을 갖고 흔들리지 않으면, 전통과 현대가 적절히 조화된 새로운 브랜드로의 변화를 꾸준히 개척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신 전무는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80주년을 넘어 100주년엔 뭐를 할까 구상 중이다.

“브랜드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이젠 즐길 수 있는 단계에 올라왔습니다. 앞으로는 우리의 브랜드를 어떻게 알리고 20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아우르며 태극당의 색깔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우리 브랜드를 너무 소모하지는 않으면서, 굳건하게 시대를 지켜나가는 서울의 대표 브랜드로 거듭날 것입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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